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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생식물 먼나무(Ilex rotunda)와 으름덩굴(Akebia quinata)은 관상 가치가 있는 식물로 보고되어 있다(Park 1993;Seo et al. 2006). 감탕나무속 먼나무는 주로 전라남도와 제주도에 분포하는 자웅이주의 상록 활엽 교목이며, 광택 나는 둥근 잎과 붉은 열매를 가지고 있어 가로수 및 정원수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Song and Zhang 2020). 으름덩굴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낙엽활엽 덩굴식물로 장상형 잎과 향기로운 꽃, 식용 열매를 형성하여 관상용은 물론 자원식물로 이용 가치가 높다(Park 1993). 최근 자원식물 산업화를 위한 대량증식 기술 개발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효율적인 번식방법은 거의 보고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종자의 휴면 정도가 깊거나 개화 및 결실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목본식물의 경우, 삽목 번식은 육묘기간을 단축시켜 생산비 절감에 대한 이점이 있다(Macdonald 1993). 특히 먼나무는 미성숙 배를 가진 난발아성 종자를 가지고 있어 유성번식이 어렵기 때문에 무성번식이 시도되고 있다(Tezuka et al. 2013). 관상적 측면에서는 열매를 형성하는 암나무가 주로 유성번식의 대상이 된다(Im 1993;Seo et al. 2006). 현재까지 감탕나무속 식물 중 약 40종의 삽목 연구가 보고되었으며 분류군별 20~90%의 번식 성공율에 대한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 50% 미만의 발근율을 나타낸다(Wang et al. 2021). 또한, 1,000~3,000ppm 농도의 생장조절제 indole-3-butyric acid(IBA)와 naphthalene acetic acid(NAA)를 사용하여 순간침지 처리 후 삽목할 때, NAA보다는 IBA가 발근에 효과적이다(Goi et al. 1978;Wang et al. 2021). 한편, 으름덩굴에 대한 삽목 번식 연구는 거의 보고된 바 없으나 먼나무 대비 상대적으로 초본에 가까운 특성으로 삽목 증식효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삽목 번식은 삽수의 목질화 정도에 따라 녹지삽과 숙지삽으로 구분되며 녹지의 경우 세포분열이 활발하여 일반적으로 숙지에 비해 발근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는 오히려 절단면 부패 등에 의한 고사율이 높아 발근 효율이 떨어진다(Mu et al. 2022). 딸기(Fragaria), 산딸기(Rubus), 아이비(Hedera)는 덩굴식물 특성상 지하경 또는 줄기를 수평으로 눕혀 각 마디로부터 뿌리를 발생시키는 망치묻이법(horizontal multiple layering)을 변형하여 줄기 삽목에 활용하기도 한다(Geiss et al. 2009;Relf and Ball 2009). 삽수의 발근 활력은 계절에 따른 동화산물의 공급과 축적 변화(source-sink), 식물호르몬 생성과 균형 등으로 인해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삽수 채취 시기, 삽수 종류, 생장조절제의 사용 여부가 삽목 번식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Yoo and Kim 1996).
유용 식물자원의 대량증식 및 재배 산업화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추진 중인 생물산업 지원 기반 구축을 위한 대량증식 연구의 일환으로(NIBR 2024), 먼나무와 으름덩굴의 대량증식체계 확립에 필요한 삽목 번식 기초자료를 확보하고자 수행되었다.
재료 및 방법
실험재료
2024년 6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립대학교 유리온실 내 삽목 상에서 먼나무와 으름덩굴을 이용하여 삽목을 진행하였다. 식물 재료는 신초가 1차 생장을 멈추는 장마기(6월 중순~7월 중순)에 채집되었다. 먼나무는 2024년 6월 18일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수목원에서 암나무 대상으로, 으름덩굴은 7월 11일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에서 각각 채집하였으며, 증거표본을 확보하였다. 채집 직후 수돗물로 서너 번 세척한 후 3시간 동안 물올림을 한 다음 규격에 맞추어 삽수를 조제하였다. 또한, 삽수는 녹지(잎이 부착된 당해 줄기)와 숙지(녹지 일부를 포함한 전년도 줄기)로 구분하였고 삽수의 규격화를 위해 길이 12±2cm, 마디 4개, 엽 2매(잎 크기에 따라 최대 4매), 잎 크기 1/3~1/2로 부분 절단, 삽수 하단면을 1cm 길이로 절단하였다. 단, 으름덩굴은 덩굴 특성을 고려하여 마디 수 1개, 엽수 2매로 조제하였다(Fig. 1).
삽목조건
조제된 삽수는 식물생장조절제 IBA(Indole-3-butyric acid 98.5%, KisanBio, Seoul, Korea)와 시판 발근촉진제 루톤 (Rootone, 1-naphthyiacetamide 0.4%, ISK Biosciences Korea Ltd., Seoul, Korea)을 처리하고 무처리구와 비교하였다. 1,000ppm IBA용액에 삽수 전체를 10분간 침지하였고, 루톤의 경우, 사용방법에 준하여 삽수 절단면에 일정량을 도포한 다음 별도 세척 없이 바로 삽목하였다. 삽목 깊이는 삽수 길이의 2/3수준(평균 8cm)으로 하였으며, 으름덩굴의 경우 덩굴성을 고려하여 삽수를 수평으로 배치하여 마디 부분이 지하에 묻히도록 설정하여 잎만 지상으로 노출되게 하는 망치묻이법으로 진행하였다.
삽목 기간은 먼나무 2024년 6월 21일~9월 6일(11주), 으름덩굴 7월 11일~9월 6일(8주)로 설정하였다. 개폐형 삽목상자(cutting box no. 3, 6.4L, Xplant, Korea)에 녹소토 소립(Japanese Kanuma soil 1.5~5mm, Kanuma, Japan)을 담아 용토로 활용하였다. 삽목 환경은 주/야간 평균 기온 29/2 6℃, 상대습도 70~95%(1주차 90% 이상, 2주차부터 미세분무 환경에서 70~80% 유지), 광주기 13~14시간의 자연일장, 차광 90%(최대 광도 약 30μmol·m-2·s-1 PPFD) 조건으로 관리하였다. 고온 억제 및 습도 유지를 위해 포그 장치를 설치하여 낮 동안 30분 간격으로 10분씩 미세분무를 실시하였고, 기상환경을 고려하여 분무 간격과 시간을 조절하였다.
발근특성 조사
실험군 외 발근 모니터링용 조사군을 별도로 유지하여 발근 과정을 주기적으로 관찰하였고, 삽목상자 하단부로 부정근이 노출되어 충분히 발근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먼나무 11주차, 으름덩굴 8주차)에 전체 개체를 대상으로 발근 특성을 조사하였다. 발근율은 뿌리 길이가 1cm 이상으로 육안 관찰 가능한 개체로 판정하였다. 전체 처리 개체를 대상으로 발근율(캘러스 형성 및 발근 개체 비율), 캘러스 형성율(캘러스만 형성된 개체 비율), 미분화율(캘러스가 형성되지 않았으나 조직이 괴사되지 않은 생존 개체 비율), 고사율(절단면이 부패하고 조직이 고사한 개체 비율)을 산출하였다.
통계분석
각 처리별 조사항목은 30개체씩 2반복으로 평균 및 표준편차를 계산하였고, SAS 프로그램(SAS system for Window version 9.4, SAS Inst. Inc., Cary, NC, USA)를 이용하여 ANOVA 이원분석과 LSD 유의차검정을 실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먼나무 삽목효율
먼나무 삽수의 절단면 캘러스 형성은 삽목 7주차부터 확인되었으며, 이후 점차 발근 개체가 증가하였다. 삽수의 잎은 3주 이상 건전하게 유지되었으나 탈리되면 지하부 부패 및 조직 괴사 현상이 관찰되었다. 삽목 11주차를 기준으로 발근 속도와 뿌리 발달은 숙지보다는 녹지에서 현저히 양호하였다(Fig 2). 발근율은 평균적으로 녹지 50.9%, 숙지 19.0%로 2배 이상 차이를 확인하였으며, 삽수의 종류는 발근율(p < 0.001)과 캘러스 형성율(p < 0.05) 모두에서 유의하게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냈다(Table 1, Fig. 3A). 캘러스 미형성 개체들은 모두 고사되어 최종적으로 녹지 83.6%, 숙지 68.1%의 생존율을 확인하였다(Table 1).
생장조절제의 발근 촉진 효과도 확인되었다. 무처리 대비 두 종류의 생장조절제 처리는 발근율(p < 0.05) 및 캘러스 형성율(p < 0.01) 모두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나 루톤 처리에 따라 고사율(p < 0.05) 또한 증가하였다. 반면, IBA 처리는 녹지와 숙지 모두 약 20%의 발근율이 향상되었고(Table 1), 뿌리 발달도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Fig. 2). 생장조절제 IBA와 루톤은 녹지보다 숙지에서 발근율 향상에 효과적이었으며, 전체적으로 IBA가 처리된 녹지삽에서 가장 높은 발근율(65.9%)이 나타났다(Table 1, Fig. 3A). 루톤 처리구에서는 녹지와 숙지 모두 40% 이상 절단면 부패가 발생하였으나(Table 1)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어 추가적인 구명이 필요하다.
먼나무는 삽목 11주차 기준으로 삽수 대부분이 캘러스를 형성하였으나, 발근이 진행 중이거나 개시되지 않은 개체들도 확인되어 삽목 기간을 늘릴 경우 발근율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며, 발근소요일수는 최소 70일 정도로 확인되었다. 수분스트레스에 취약한 삽수 특성상 습도 관리가 발근에 중요하다는 기존 보고를 고려할 때(Seo et al. 2006), 본 실험에서의 상대적으로 높은 발근율 결과는 삽목상 상대습도 80% 내외로 일정하게 유지한 결과로 판단된다. 한편, 먼나무의 경우 특히 암그루 성목의 삽목 번식이 어려우며 옥신계 생장조절제 처리를 통해 발근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존 보고(Goi et al. 1978)와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를 통해 결과를 재확인하였다.
으름덩굴 삽목효율
으름덩굴 삽수의 절단면 캘러스 형성은 삽목 후 7주차부터 확인되었으며, 이후 발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삽목 8주차를 기준으로 생장조절제 무처리에서 약 40% 이상의 발근율을 보였고 숙지삽(39%) 대비 녹지삽(70%)에서 월등히 높았다(p < 0.05)(Table 1). 전체 개체 중 녹지 88.3%, 숙지 55.6%가 여전히 생존하였으며, 캘러스 형성이 되지 않은 미분화 상태로 생존하는 개체도 10% 정도 확인되었다(Table 1, Fig. 3B). 뿌리 발달 역시 숙지보다 녹지에서 양호하였다(Fig. 4).
한편, 으름덩굴에 처리한 생장조절제 효과는 먼나무 대비 상대적으로 미비하였다. 루톤 처리가 녹지 발근율을 13.3% 증가시켰지만, IBA 처리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을 나타냈다(Table 1). 숙지에서도 IBA와 루톤 모두 발근 촉진에 긍정적인 효과가 없었고 IBA 처리에 따라 고사율이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고농도 장해 발생으로 판단되며 줄기가 경화된 숙지의 고사율이 낮았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산수국(Ryu et al. 2010), 장미(Al-Saquri and Alderson 1996) 삽목에서 IBA 고농도 침지처리 시간이 길수록 식물체에 피해를 준다는 보고와 유사한 결과를 확인하였다.
으름덩굴 삽목 시, 녹지 대상 루톤 처리가 발근에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최대 83.3%의 발근율을 확인했다(Table 1, Fig. 3B). 특이점으로 삽수 절단면 외에도 마디에서도 부정근이 발생하였는데(Fig. 4), 이것은 망치묻이법에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 덩굴식물 겨울딸기(Rubus buergeri)에서 망치묻이법으로 발근율이 향상되었는데(Kang et al. 2005), 본 연구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확인되었다. 클레마티스 삽목 연구(Kill et al. 2014), 덩굴용담(Tripterospermum japonicum) 기내번식 연구(Moon et al. 2009)와 마찬가지로 으름덩굴도 마디에서 손쉽게 발근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먼나무와 으름덩굴 두 종 모두 1차 생장을 마치는 6월말 전후 녹지 삽수를 이용할 때 발근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기존보고에 따른 성목인 먼나무 삽목 기간이 길고 저조한 발근율의 한계는 녹지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고농도인 IBA 1,000ppm처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으름덩굴은 녹지 대상 루톤을 이용한 망치묻이법 단경삽목이 효과적이었다. 다만, 여러 종에서 보고된 바와 같이 삽수의 발근력은 삽수 내재적 요인인 식물 호르몬과 동화산물에 영향을 받으므로 삽수 채취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Yoo an Kim 1996;Ling and Zhong 2012). 본 실험에서는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수목의 2차 생장기인 겨울철 월동에 필요한 양분을 축적하는 시기에 채취한 삽수의 발근 특성(Seo et al. 2006)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