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국가표준식물목록(Korean Plant Names Index, KPNI)은 국내에 도입된 재배식물에 대하여 명칭 사용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일관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학명 외에 국명 추천명을 제공하고 있다. 추천명은 일반명의 차용, 학명 의미 번역 등의 방법으로 국명화할 수 있으나 국명화가 적절치 않은 경우 학명을 그대로 음역하여 작성하기도 한다(Lee JH et al. 2016). 라틴어의 음역은 기본적으로 국립국어원의 고시(NIKL 2017)와 규칙(NIKL 1986)을 참고하여 마련된 규칙(Lee JH et al. 2016) 을 따른다. 학명의 작성 시에는 순수한 라틴어 이외에 다른 언어의 단어를 라틴화한 소명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IAPT 2018) 실제 음역의 과정에서는 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모호한 사례가 발생한다. 따라서 동일한 소명이나 철자에 대하여 나타나는 서로 다른 한글 표기로 인한 혼란이 야기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만한 라틴어 학명의 음역법을 고안하는 과정에는 라틴어 및 한국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언어의 음운론 및 철자법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Jung 2016). 본 연구는 먼저 기존 목록의 일관성을 평가하고 혼란과 불일치의 대상이 되는 음소나 문자열을 추출하여 후속 연구의 심층 조사 대상으로 삼고 학문적 근거를 갖춘 음역법 확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수행되었다.
재료 및 방법
2025년 7월 1일 기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16,310분류군 중 재배식물 11,905분류군의 명칭 중 라틴어 또는 라틴화된 소명을 한글로 음역하여 작성된 부분을 추출하였다(KNA 2025). 학명을 차용하였더라도 국명화된 경우는 제외하였으며, 여러 어절로 이루어진 재배품종명 및 그룹명의 경우 어절 단위로 별도 취급하였다. 규칙 적용의 일관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추출된 소명에서 라틴어를 기준으로 한글 음역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도출하였다. 현행 규칙의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KNA 2016)의 작성방법에 수록된 라틴어 및 그리스어 표기 원칙과 외래어 표기법(NIKL 2017)을 종합하고, 규정되지 않은 항목에 대하여는 현행 KPNI의 사례를 반영하여 현행 라틴어 한글 음역 기준을 작성하였다(Table 1). 이 기준은 Microsoft Excel(Microsoft Corporation, USA)의 VBA(Visual Basics for Applications)를 이용한 변환 코드로 구현하여, 생성된 소명과 현행 목록에서 추출된 소명을 대조하였다. 현행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소명은 불일치 사항의 성격에 따라 단순 오류와 규칙 불일치로 구분하였다. 규칙 불일치의 경우 국가표준식물목록 작성방법에 명시된 규칙의 위반, 기타 명시된 규칙으로부터 유추가 필요하거나 보편적으로 알려진 일반적 규칙의 위반, 일반명 표기, 그리고 영어식 표기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또한 각 항목은 불일치를 일으키는 문자나 문자열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이를 기록하여 세부 분류하였다. 자료 추출과 전처리에는 Microsoft Excel의 Power Query(Microsoft Excel, Microsoft Corporation) 기능을 이용하였으며, 불일치 유형의 빈도 및 분포는 Pivot Table (Microsoft Excel, Microsoft Corporation) 기능을 활용하여 집계·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11,905건의 재배식물 명칭 중 학명의 음역이 국명 작성에 사용되었거나 재배품종명 또는 그룹명이 라틴어 기원인 경우는 약 32.9%인 3,921건이었으며, 이로부터 추출된 라틴어 소명은 총 6,827건으로 중복을 제외하면 3,230건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한글 음역이 상호 불일치하는 사례가 56개 소명(1.7%)에서 369건(5.4%) 나타났으며, 4개 소명에서는 현행 기준에 부합하는 표기가 존재하지 않았다(Table 2).
추출된 3,230건에 대한 현행 기준 준수 여부를 검증한 결과 15.1%에 해당하는 489건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력 실수, 철자 탈락 등 단순 오류가 57건(11.7%)이었으며, 나머지 432건(88.3%)은 규칙 불일치로 분류되었다(Table 3). 규칙 불일치 중에서는 일반 규칙 위반이 316건(64.6%)으로 가장 많았으며, 불일치가 일어나는 빈도가 가장 높은 문자 또는 문자열은 h의 생략(42건, 13.3%)으로 h가 다른 자음과 모음 사이에 올 때 임의로 생략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높은 빈도는 모음 뒤에 오는 문자열 cc에서 두 개의 [k] 음가가 모두 표현되지 못하고 하나로 취급되는 경우(22건, 8.5%)였는데, 상위 3-6번째 빈도를 포함하여 이와 유사하게 동일한 글자 또는 음가가 같은 글자가 연속되는 문자열이 다수 집계되었으며, 이를 모두 합하면 121건으로 38.3%를 차지했다. 라틴어에서 두 개의 자음이 함께 쓰이면 한 개만 쓰일 때와는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음소가 되므로 이에 상응하는 긴 발음을 하여 구분하여야 한다(Wheelock 2020). 그러나 기존 음역 규칙은 이를 다루고 있지 않으므로 비교적 익숙하며 같은 로마자를 사용하는 영어의 발음에 준하여 작명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Stearn 2004). 국가표준식물 목록(KNA 2016)의 작성방법에 명시된 규칙의 위반은 62건(12.7%)이었으며, 영어에서 기원했거나 영어 일반명과 공통된 철자의 소명을 영어식으로 표기한 경우가 33건(6.7%)이었다. 나머지 21건(4.3%)은 학명에서 기원했으나 라틴어 표기법에 어긋나는 일반명을 학명의 음역으로 표기한 경우였다.
불일치 사례의 다수는 단순 오류가 아닌 규칙이 준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였으며, 현행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음소 조합에서 불일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다만 일반 규칙의 위반으로 분류된 h의 생략에 있어서는 발음의 약화 경향이 Allen(1965) 에 의하여 보고된 바 있으므로 생략을 허용하거나 특수한 규칙의 적용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비롯, 기존 규칙에서 다루지 않았던 60가지의 철자 또는 철자 조합이 도출되었다.
수목원정원법(KFS 2024) 및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 운영규정(KNA 2018)에 의거하여 운영되는 국가수목유전자원 목록심의회에서는 2016년 발간된 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개정)(Lee JH et al. 2016)에 수록된 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 작성 방법에 근거하여 라틴어의 한글 음역을 작성하고 있는 바, 각 조합과 음소별 발음 및 단어 구성에 대한 후속 연구 및 작성방법의 개정을 통하여 음역 규칙의 정확성 및 일관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