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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서식지 감소와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수분매개곤충(pollinator)의 개체수와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Hallmann et al. 2017). 이러한 변화는 자연생태계뿐 아니라 정원·도시녹지의 생태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도시 내 정원은 수분매개곤충에게 안정적인 꽃 자원과 서식지를 제공하는 대체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Baldock et al. 2015;Potts et al. 2016). 정원식물이 지닌 다양한 꽃 형질(floral traits)은 수분매개곤충 접근성, 자원량, 시각적 유인 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꽃 직경, 소화수, 화서 구조, 식물 초장, 개화기간과 같은 특성들은 수분매개곤충의 방문 빈도와 꽃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Erickson et al. 2022;Rowe et al. 2020). 더 나아가, 꽃 형질은 수분매개곤충의 풍부도나 다양성의 중요한 예측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Zaninotto et al. 2023).
아울러 이러한 꽃 형질의 효과는 개화 시기, 자원 밀도 등 시간적·공간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이 제시되었으며 (Erickson et al. 2022;Rowe et al. 2020), 특히 여러 종이 동시에 개화하는 경쟁 상황에서는 꽃의 크기나 높이와 같은 시각적 요인이 수분매개곤충의 꽃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owe et al. 2020).
국내의 수분매개곤충 연구는 주로 자생식물, 농업생태계, 밀원식물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Sciences 2019;Yoon et al. 2013), 관상용 정원식물을 대상으로 꽃 형질과 수분매개곤충 방문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특히 실제 정원과 유사한 조건에서 다양한 식물종을 동시에 식재하여, 꽃 형질과 기능군별 곤충 방문을 장기간 조사한 연구는 드물다.
본 연구는 2024년 동일 실험구에서 수행된 선행연구의 한계였던 꽃 형질 자료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2025년에는 주요 꽃 형질을 계량화하고 동일 조건에서 방문 곤충을 재조사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2025년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조사된 21종의 정원식물을 대상으로 꽃 형질과 수분매개곤충 방문의 관계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개화 동시성에 따라 꽃 형질의 영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규명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원식물 기반의 수분매개곤충 친화형 식재모델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재료 및 방법
식물 재료 및 실험구 배치
본 연구는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 내 야외 실험구에서 수행하였다. 연구 대상 식물은 국내 정원에서의 활용도가 높고 생태적·관상적 가치가 인정되는 21종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중 자생식물은 10종(N01–N10), 재배품종은 11종(C11–C21)이다. 선정 기준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2021–2023년 수행한 “생활밀착형 정원 조성사업”에서 식재 활용 빈도가 높은 식물, 또는 국립세종수목원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정원식물 전시·품평회(K-Garden Plants Show)에서 우수 식물로 선정된 종이다. 식물은 6×6 m 크기의 단위구 3개 실험 포지에 30×30 cm 간격으로 7반복씩 동일한 밀도로 식재하였으며, 관수, 시비, 제초 및 병해충 관리는 전 기간 동안 동일하게 유지하였다. 실험포지는 6×6 m 크기의 단위구 3개로 구성되었으며, 각 포지는 30×30 cm 크기의 7×7 식재구로 이루어져 식물종별 7반복이 동일한 밀도로 유지되도록 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식물은 2024년에 동일 장소에 동일 조건으로 식재된 개체를 유지하여 2025년에도 반복 실험을 수행한 것이며, 겨울철 동안 고사한 개체는 5월 조사 시작 전에 동일 기준으로 보식하였다. 관수, 시비, 제초 및 병해충 관리는 실험기간 동안 모든 실험포지에서 일관되게 적용하였다. 식재 배치와 단위 식재구 구성은 다음 모식도와 같다(Fig. 1).
꽃 형질 조사 방법
꽃 형질 조사는 각 식물종의 형태적·생태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실시하였다. 각각의 꽃 형질은 각 식물종별 7반복 개체로부터 무작위로 선정하여 측정하였다. 화서 유형은 두상화서(capitulum), 총상화서(raceme), 원추화서(panicle), 수상화서(spike), 산형화서(corymb)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다 (Brickell et al., 2009). 개체당 소화수는 대표 개체를 대상으로 직접 계수하여 평균값을 산출하였으며, 식물 초장은 지면에서 화서 정점까지의 높이를 cm 단위로 측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개화 기준은 화서 구조를 고려하여 꽃봉오리가 열리고 시드는 시점을 기록하여 판단하였다. 총상화서의 경우 첫 소화가 개화한 시점을 개화 시작으로, 최종 소화가 시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개화 종료로 간주하였다. 개화 시작일과 종료일은 정기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총 개화기간을 산출하였다. 꽃색은 RHS Colour Chart를 사용하여 표준화된 색상 코드로 기록하였다.
꽃 면적(floral area)은 다양한 화서 구조로 인한 과대·과소 추정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일 소화 또는 두상화서 직경을 기반으로 한 투영면적에 개체당 평균 소화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하였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Nflowers는 평균 꽃 수, Dfloret은 단일 소화 또는 두상 화서의 평균 직경(cm)이다. 산출된 값은 강한 우측 편향을 보였기 때문에, 이후 통계 분석에서는 자연로그 변환값인 floral area (log)를 사용하였다.
곤충 조사 방법
곤충 방문 조사는 2025년 5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총 48회 실시하였다. 조사는 맑음 또는 약간 흐린 날씨에 한하여 실시하였으며, 풍속 3 m·s-1 이하, 무강우 조건에서 수행하였다. 3명의 조사자가 30분 동안 실험구 내에서 이동 경로를 달리하여 관찰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특정 개체가 지속적으로 먼저 또는 나중에 조사되는 순서적 편향을 최소화하였다. 꽃 또는 화서에 3초 이상 머무르는 개체를 방문 곤충으로 정의하였다.
채집은 Son et al.(2023)의 연구 방법을 준용한 “스냅샷 (snapshot) 방식의 포획”을 적용하였다. 식물에 직접 방문한 곤충을 실시간으로 포획하기 위해 Bug Vacuum Catcher (Jahy2Tech, Shenzhen, China)를 사용하였으며, 포획된 개체는 즉시 99.9% 에탄올이 담긴 25 mL 투명 플라스틱 바이알 (General Cap K25 Transparent)에 넣어 액침 처리하였다. 진공 포충기로 포획이 어려운 나비류와 꽃등에류 등은 현장에서 사진으로 기록하였으며, 여러 개체가 동시에 관찰되는 상황에서는 방문 여부와 행동 특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현장 영상을 추가로 촬영하였다.
채집된 곤충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곤충분류학 및 생태학실험실(Laboratory of Insect Taxonomy and Ecology, W-LITE)로 운반한 뒤, 곤충 분류 전문가가 해부현미 경(IVESTA 3, Leica, Germany)을 이용하여 형태적 특징을 관찰하고 동정을 수행하였다.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 자료는 국립생물자원관(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23)의 분류 체계를 기준으로 관련 문헌 및 도감을 참조하여 확인하였다. 동정은 가능한 경우 종 수준까지 이루어졌으며, 종 수준의 판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속 또는 과 수준으로 기록하였다.
동정된 곤충은 생태적 기능과 섭식 특성에 따라 6개 기능군으로 분류하였다. 화분매개곤충(P)은 꽃가루와 꿀을 채집하는 주요 수분매개곤충 군집이며, 식엽성 해충(PHI)과 흡즙성 해충(PSI)은 각각 잎 조직 섭식과 체액 흡즙을 통해 피해를 유발하는 해충류이다. 천적류는 기생성 천적(NEPA)과 포식성 천적 (NEPR)으로 구분하였고, 비수분매개성 단순 방문자(VI)는 꽃 주변에서 관찰되지만 수분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종들이다. Son et al.(2023)의 기능군 구분 기준을 참고하여 잡식성 기능군(omnivorous insects, OI)의 가능성도 검토하였으나, 본 연구의 조사 개체 중 해당되는 유형은 관찰되지 않았다. 한편, 전체 화분매개곤충 중 벌목(Hymenoptera)은 별도로 분리하여 Bees Count 변수로 기록하였다.
통계 분석 방법
통계 분석은 꽃 형질과 곤충 방문 간의 관계를 평가하기 위해 Spearman 순위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21종 전체 자료를 분석하여 형질–수분매개곤충 관계의 전반적 경향을 파 악하였으며, 이후 개화기간이 70% 이상 중첩되는 15종을 동시 개화군(co-flowering group)으로 분리하여 동일한 분석을 반복하였다. 자생종(N)과 재배품종(C)의 방문수 비교는 Mann– Whitney U 검정과 Welch의 t-검정을 사용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R 소프트웨어(R Core Team)를 사용하여 수행하였으며, 유의수준은 0.05로 설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정원식물 21종의 꽃 형질 특성
본 연구에서 조사된 21종의 정원식물은 꽃 직경, 소화수, 화서 구조, 식물 초장, 개화기간 등 주요 형태적·생태적 형질에서 매우 큰 변이를 보였다(Table 1). 꽃 직경은 Liriope muscari 의 0.28 cm에서 Rudbeckia fulgida ‘Goldsturm’의 5.8 cm 까지 약 2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으며(Table 1), 이는 정원식물이 제공하는 꽃 자원(floral resources)이 종에 따라 구조적으로 크게 다름을 의미한다. 개체당 평균 소화수 역시 12개에서 최대 1,120개까지 분포해(Table 1), 종별 꽃 디스플레이(floral display)의 규모와 형태가 크게 달랐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모습의 차이를 넘어, 실제 수분매개곤충에게 제공되는 시각적· 양적 자원량을 결정하는 핵심 형질로 알려져 있다(Erickson et al. 2022). 주요 형질 값은 Table 1에 요약하였다.
식물 초장은 16–100 cm 범위로 나타났으며(Table 1), 이는 조사구 내에서 상·중·하층의 수직적 층위를 구성하여 다양한 체급의 곤충에게 서로 다른 접근성과 시각적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초장이 높은 군락은 장거리 이동성 벌과 나비류에 유리한 반면, 초장이 낮은 식물은 근거리 활동 종의 선호도가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Rowe et al. 2020).
개화기간은 9–161일로 매우 다양한 패턴을 보였다(Table 1). 일부 종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개화하여 특정 시점의 수분매개곤충을 효율적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보인 반면, 다른 종은 개화 기간을 길게 유지하면서 계절 내 안정적인 꽃 자원을 제공하는 형태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다음 절에서 분석하는 개화 동시성(phenological synchrony) 및 수분매개곤충 경쟁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꽃 면적(floral area)은 단일 소화 또는 두상화서의 투영면적 (projectied area)에 평균 소화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하였다. 그 결과 1.7–759.7 cm² 범위로 나타났으며(Table 1), 이는 종마다 수분매개곤충에게 제공하는 ‘시각적 신호 강도(visual signal intensity)’와 ‘자원량(resource reward)’이 크게 다름을 의미한다. 특히 꽃 면적은 조사된 형질 중 가장 강한 우측 편향(right-skew)을 보였으며, 일부 종이 매우 큰 꽃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갖는 특성은 추후 상관 분석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왜도(skidness)를 보정하기 위해 통계 분석에서는 자연로그 변환 값을 사용하였다.
종합하면, 정원식물 21종은 꽃 크기·소화수·화서 구조·개화 기간 등에서 뚜렷한 형태적 분화를 보이며, 이러한 변이는 수분 매개곤충에게 제공되는 자원 품질과 양을 결정하는 기초적 지표로 가능하다.
방문 곤충 분석
본 연구 기간 동안 21종의 모든 실험 대상 식물에서 관찰된 곤충 개체수를 합산한 결과, 총 1,180개체의 곤충이 관찰·채집 되었으며, 기능군 구성 분석 결과 수분매개곤충(P)이 전체의 73.1%(863개체)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조사된 21종의 정원식물이 상당한 수준의 꽃 자원을 제공하며, 정원 환경이 실제로 다양한 수분매개곤충을 유입하는 기능적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외 흡즙성 해충(PSI)이 181개체(15.3%)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보였는데, 이는 식물체의 생육 특성과 잎 조직의 영양적 품질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식엽성 해충(PHI)과 기생성 천적(NEPA)은 각각 2% 내외로 나타나 조사 구역 내에서는 비교적 낮은 활동성을 보였다. 포식성 천적(NEPR)은 56개체(4.7%)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해충 집단과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생태적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기능군별 구성은 Fig. 2에 제시하였다.
2025년 조사 기간 동안 기록된 총 21종 정원식물의 곤충 방문 패턴은 Fig. 3에 제시하였다. 전체 방문 개체수는 종별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자생식물(N01–N10)과 재배품종(C11– C21) 모두에서 특정 소수 종이 전체 방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편중된 분포가 관찰되었다.
먼저, 전체 곤충 방문수와 수분매개곤충(P) 방문수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식물종에서 수분매개곤충이 전체 방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다(Fig. 3). 그러나 벌(Hymenoptera) 방문수는 종마다 편차가 매우 컸으며, 일부 식물에서만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였다(Fig. 3). 이러한 벌 방문의 불균형적 분포는 꽃 구조·개화 기간·자원량 등 특정 꽃 형질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종별 양상을 살펴보면, C12, N07, N04가 전체 곤충 방문수와 수분매개곤충 방문수 모두에서 가장 높은 값을 보였으며, 특히 이들 종은 벌 방문수 역시 다른 종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Fig. 3). 반면 C17, N03 등 일부 종에서는 전체 곤충 방문수는 대비 벌 방문수는 극히 낮아, 동일한 P 값 내에서도 기능군 구성 비율이 크게 달랐다(Fig. 3). 이는 수분매개곤충 내에서도 벌(Hymenoptera)과 꽃등에(Diptera/Syrphidae) 등 기능군 간 선호 식물의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또한 자생식물(N군)과 재배품종(C군)을 비교했을 때, 전체 곤충 방문수의 범위와 분포 양상은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개별 종의 특성이 방문 패턴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으며, 군집적 차원에서 N군·C군의 일관된 경향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요약하면, 식물종 간 곤충 방문 패턴은 전체 곤충 방문수의 차이, 수분매개곤충의 상대적 비중, 그리고 벌 방문의 선택성 측면에서 높은 종간 변이를 보였다. 특히 전체 수분매개곤충 방문수는 많은 종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벌 방문은 소수 종에서만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꽃 형질의 차이가 특정 기능군, 특히 벌의 선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후 섹션에서 제시하는 꽃 형질(floral trait)–수분 매개곤충(pollinator) 상관관계 분석의 근거가 된다.
식물 종별 우점 기능군과 주요 방문 곤충(top visitor species)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자생종(N01–N10)에서는 기능군 구성이 다양하게 나타났다(Table 2). PHI(N01), NEPR(N02), PSI(N03·N05) 등이 우점한 종도 존재하였으나, 대부분의 자생종(N04, N06–N10)은 화분매개곤충(P)이 우점하였으며, 주요 방문 종으로 극동가위벌(Megachile remota), 줄점팔랑나비(Parnara guttata), 꽃등에(Eristalis tenax), 꼬마꽃등에(Sphaerophoria menthastri) 등이 기록되었다(Table 2).
재배품종(C11–C21)은 대부분의 종에서 화분매개곤충(P)이 우점 기능군으로 나타났다(Table 2). 특히 C12에서는 양 봉꿀벌(Apis mellifera)의 방문이, C13·C16에서는 노랑나비 (Colias erate)의 방문이, C14에서는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Mesembrius flaviceps)의 방문이 두드러졌다(Table 2). C20 은 베짱이류약충(Tettigoniidae nymph)이 관찰되어 PHI가 우점하였으며, C17은 애긴노린재(Nysius plebeius)가 주요 방문 종으로 확인되었다(Table 2).
전체적으로 자생종(N군)과 재배품종(C군) 모두에서 화분매개곤충(P)이 가장 흔한 우점 기능군으로 나타났으며, 주요 방문 곤충은 종별로 상이하였다(Table 2). 이는 식물 종별 꽃 구조와 생태적 특성이 기능군별 접근성에 서로 다르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동시개화군 분석
전체 21종을 대상으로 수행한 Spearman 상관 분석에서는 꽃 직경, 초장, 개화기간 등 주요 형질이 수분매개곤충 방문수(P) 및 벌 방문수(Bees Count)와 전반적으로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개화 시기가 서로 다른 종들이 동일 분석에 포함될 경우, 실제 방문 곤충의 활동 시기·기후 조건·경쟁 환경 등이 달라 꽃 형질–수분매개곤충 상관관계가 희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개화기간이 70% 이상 중첩되는 15종을 동시개화군(co-flowering group)으로 정의하여 동일한 시기 조건에서 상관 분석을 다시 수행하였다. 동시개화군 분석 결과, 꽃 면적(floral area)이 벌 방문수(Bees Count)와 가장 강한 양의 상관 관계(ρ ≈ 0.53)를 나타냈으며(Fig. 4), 이는 전체 21종 분석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던 패턴이다.
이러한 결과는 경쟁이 존재하는 동시개화 환경에서 꽃 형질, 특히 시각적 디스플레이 크기(꽃 면적)가 벌의 선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기존 연구(Erickson et al. 2022;Rowe et al. 2020)와 일치한다. 동시개화 상황에서는 다양한 식물 종이 동일 한 수분매개곤충 집단을 놓고 경쟁하게 되므로, 벌은 상대적으로 더 크고 인지하기 쉬운 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반면, 전체 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개화 시기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 신호가 통계적으로 약화된다.
요약하면, 꽃 형질–수분매개곤충 상관관계는 개화 동시성이라는 시간적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동시 개화 시기에는 꽃 면적이 벌 방문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정원 설계에서 개화 식물 배치 전략이 수분매개곤충 친화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생종(N)과 재배품종(C)의 방문 패턴 비교
자생종(N)과 재배품종(C) 간의 총 수분매개곤충 방문수(P)와 벌 방문수(Bees Count)를 비교한 결과, 두 그룹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 p = 0.778, Bees: p = 0.972). 이러한 경향은 종당 변이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즉, 방문자 유입은 식물이 자생종인지 재배품종인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정원 생태계에서 개별 식물의 꽃 형질이 수분매개곤충의 선택을 좌우하는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자생 종·재배품종 여부보다는 어떤 형질을 가진 식물을 어떤 시기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수분매개곤충 친화적 정원 설계에서 더 핵심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국내 정원에서 널리 활용되는 21종의 관상식물을 대상으로 꽃 형질과 수분매개곤충 방문 양상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꽃 자원의 형태적 다양성과 수분매개곤충 반응의 특성을 동시에 검토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체 분석에서는 꽃 형질–수분매개곤충 관계가 비교적 약하게 나타났으나, 개화 동시성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꽃 면적이 벌 방문을 결정하는 핵심 형질로 확인되었다. 이는 수분매개곤충이 여러 종이 동시에 개화하는 경쟁적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고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꽃을 선호함을 보여주며, 정원 설계에서 개화 시기 조합과 꽃 면적 규모가 수분생태 기능을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자생종과 재배품종 간 수분매개곤충 방문수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는, 정원의 생물다양성 기능 향상을 위해 식물의 자생종 여부 외에 꽃의 구조·크기·개화기간 등 기능적 형질을 중심으로 한 식재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자료는 정원식물 기반의 수분매개곤충 친화 식재모델 개발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정원 및 도시녹지 조성에서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